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한 투수 오승환(34)의 첫 번째 과제는 미국 야구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다. 일본 리그 경험(2014~15년 한신)이 있지만 MLB는 또 다른 무대다.
하지만 오승환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MLB 최고 포수 야디어 몰리나(34·푸에르토리코·사진)다.
오승환과 동갑인 몰리나는 MLB 최고의 야전사령관으로 꼽힌다. 원바운드 공을 블로킹으로 잘 막아내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투수들이 마음껏 낙차 큰 변화구를 던지도록 주문한다. 송구 능력도 뛰어나 MLB 현역 포수 중 통산 도루 저지율(44%) 1위에 올라 있다.
소위 ‘미트질’이라고 부르는 프레이밍(볼을 스트라이크인 것처럼 포구하는 기술)도 우수하다. 몰리나는 MLB 감독과 코치들의 투표로 포지션별 최고 수비수를 가리는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포수 부문)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받기도 했다. 통산 타율 0.283로 타격도 괜찮은 편이다.
몰리나의 진짜 능력은 기록되지 않은 영역에서 나타난다. 그는 상대 타자가 노리는 구종과 코스를 잘 파악한다. 타자의 노림수를 피해 투수에게 공을 주문하고,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정한다.
포수 출신 마이크 매시니(46)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몰리나에겐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는다. 경기운영을 믿고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산 121승을 거둔 세인트루이스 에이스 애덤 웨인라이트(35)는 “몰리나는 승부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극찬했다. 몰리나가 포수를 맡으면 투수가 근육강화제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처럼 잘 던진다고 해서 ‘야디로이드’란 표현도 탄생했다.
몰리나의 형인 벤지(42)와 호세(41)도 MLB에서 포수로 활약했다. 아버지도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내야수로 뛰었던 야구선수 가족이다. 가족의 영향으로 몰리나는 다섯 살 때 야구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포수 마스크를 썼다.
평생 구경하기도 어려운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몰리나가 2개(2006·11년), 벤지가 1개(2002년), 호세가 2개(2002·09년)를 갖고 있다. 물론 MLB 최초의 기록이다.
오승환도 몰리나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세인트루이스에 MLB 최고의 포수가 있다. 상대 타자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몰리나는 말 그대로 최고의 포수다. 새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오승환에게 그런 파트너가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류현진(29·LA 다저스)이나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달리 오승환은 팀에서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세인트루이스가 꾸준히 세대 교체를 해왔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선수(FA) 랜디 초트(41)가 떠나면 오승환이 투수진 가운데 웨인라이트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야수까지 범위를 넓혀도 5~6번째로 나이가 많다.
송 위원은 “팀을 이끄는 리더가 몰리나와 웨인라이트다. 오승환은 동년배인 둘에게 먼저 다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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