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해축] 이재성 "그때 중국에 가지 않길 잘했다"
한폴맨 작성일 01-10 조회 1,157
이재성
2014~2018 전북 현대 모터스
2018~2021 홀슈타인 킬
2021~ 마인츠 05
https://blog.naver.com/jaesung_lee7/222978767422
6년 전, 중국 클럽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엄청난 액수의 연봉이 찍힌 제안서가 내 눈앞에 등장했다. 당시 한국 축구에서 중국 리그는 낯설지 않았다. 이미 중국에서 활동 중인 선수가 많았다. 친숙한 리그가 고액의 돈다발을 들고 나를 유혹하니 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당시 우리 집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하셨다. 내가 중국에 가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의 달콤한 제안을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그런 내게 말씀하셨다. “아빠 때문에 너의 꿈을 저버리면 나는 평생 가슴이 아플 것 같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나의 꿈은 유럽이다. 중국이 아니다. 당장 경제적인 어려움은 해결해도 내 인생의 도전은 사라질 수도 있다. 첫째 형도 조금만 참고, 나의 꿈인 유럽에 도전하자고 격려했다. 가족이 나를 붙잡아준 덕분에 지금 난 여기, 독일에 있다.
(중략)
생각해보면 우리 선수들끼리도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앞서 내가 중국 클럽의 제안을 받고 고민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때만 해도 중국 리그는 우리 선수들 사이에서 꽤 인기 있는 키워드였다. 그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지금 우리 선수들 사이에서는 중국 리그는 물론이고 아시아 타 리그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지 않는다. 규성이를 비롯해 몇몇 어린 선수들이 유럽 도전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 리그의 러브콜이 왔다는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왜일까? 이제는 선수들이 아시아 리그로 시선을 두지 않는다. 대표팀에 유럽에서 뛰었던 혹은 뛰는 선수가 많아졌고, 그 선배들이 해주는 애정어린 조언들이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유럽 무대로 도전하는 분위기와 문화가 우리 축구계에 잘 잡힌 것 같다. 나도 그랬지만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서 고민을 한 형들이 많은데,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영향’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 어떤 영향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을지 선택하는 건 자신의 몫이다. 나도 다양한 상황에 처해봤고, 다양한 환경에 놓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각종 영향을 받았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분별력이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내가 6년 전,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겠다고 중국으로 갔다면 정말 크게 후회했을 거다. 편안한 삶은 얻었을지라도, 배움의 자리는 잃었을 거다. 나의 선택은 그만큼 가치있고, 내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덕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고 확신한다. 이 글도 쓸 수 있게 되었고.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또 얼마나 값지고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될까. 그렇게 흡수한 선한 영향을 앞으로도 글을 통해, 행동을 통해 나누고 싶다.
중국 리그에 가서 성공적으로 유럽행 루트를 개척한 김민재 같은 케이스도 있고, 또 축구와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다를 수도 있으니 축구 선수라면 무조건 중국이나 중동에 가지 않고 유럽에 도전해야 한다 이렇게 결론 짓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이재성 같은 경우에는 결국 금전적으로 훨씬 이득일 수 있었던 중국의 오퍼를 거절했기 때문에 본인의 꿈인 유럽 무대에서 기량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최근에는 이런 선수들의 영향이 커져서 대표팀 내에서도 유럽 진출에 대한 의지가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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