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NBA]커리는 리그 패러다임을 바꾸었나? 모리볼과 3점
살인의추석11 작성일 02-27 조회 577
아래 쓰여지는 글은 당연히 100% 제 사견이며, 근거는 나름 찾았지만 일일히 증명하는 글은 아니므로 그냥 그렇게 보는가보다 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패러다임 시프트.
한 시대의 트렌드를 바꾸는 혁신적인 순간을 이야기하죠.
NBA에서도 여러번의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모리볼로 대두되는 공격의 통계적 효율성, 포스트업을 위시한 빅맨의 공격옵션 몰락, 스크린위주의 공격세팅에 대한 스위칭 디펜스의 진화와 이 근간을 이루는 윙포지션의 중요성 증대, 스위치 디펜스 잡아먹기 위한 헤비볼핸들러와 매치업 헌팅의 대두, 매치업 헌팅을 대처하기 위한 진화된 존디펜스의 부활과 아직도 화두인 리얼 빅들의 활용방법 등등.
리그는 끊임없이 전술적으로 서로 맞는 답을 찾아내기 위해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서 저는 리그의 가장 급속한 변화를 초래한 3점 혁명, 즉 모리볼을 이야기해볼까합니다.
일반적인 인식에서 현재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자 3점슈터는 바로 스테픈 커리입니다.
리그의 왕조를 세웠으며 3점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리그의 역사를 뒤집은 사나이.
그러나 저는 커리가 3점의 시대를 열었나? 라고 물었을 때 저는 "아니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커리는 3점의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현재 리그에서 유행했던 3점 메타를 주도한 선수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현재 리그에서 최근까지 가장 유행했던 것은 소위 "모리볼"로 모리볼은 확률적으로 기댓값이 높은 공격인 골밑과 3점에 집중하고 "효율이 떨어지고 개인기량에 많이 의존하는" 미드레인지 게임을 최대한 배제하는데 있습니다.
딱 이 말만 들으면 3점과 골밑이라니 커리가 맞지 않아? 라고 생각이 드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커리는... 이 전제보다 너무 뛰어났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커리만큼 성공률로 3점을 쏴대면 미드레인지고 나발이고 그냥 3점을 쏘게하는게 맞는 것이지, 굳이 모리볼까지 끌고 올 이유가 없거든요.
커리는 모리볼의 핵심인 3점이는 면을 120% 이행하는 선수였지만 모리볼이 증명하고자 하는 부분과는 다른 선수이기도 한 것이 이 때문입니다.
모리볼의 핵심은 일견 보이기에는 3점의 성공률이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확률적으로 계산해보면 결국 그 기댓값이 3점이 일정 확률만 넘으면 더 좋다.라는 연구에서 시작되는 것이거든요.
그렇기에 모리볼의 핵심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는 선수는 오히려 제임스 하든입니다.
보기에는 그렇게 특별해보이지 않는 3점 성공률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3점 시도 횟수와 포제션 전체를 골밑(과 자삥),3점으로 이분하여 플레이하며 남은 선수들 모두 골밑 받아먹기를 노리거나 3점 킥아웃을 대기하게 만드는 포제션 세팅 등.. 크게 높지 않은 3점의 성공률을 가지고서도 계속 시도하니 팀의 공격기댓값이 올라가고 결국 팀 득점 효율은 더 좋아진다.라는 모리볼의 이론을 완벽하게 증명한 것이 바로 제임스 하든입니다.
또한 이게 바로 모리볼이 유행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커리급의 3점이 아니더라도 리그 3점이 되는 선수들을 모아서 3점의 시도회수를 늘리면 공격 효율이 더 낫다라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에 리그 전체적인 유행이 된 것이죠. 만약 이 이론의 핵심이 커리였다면, 커리급의 3점 슈터가 필요했다면 역설적으로 절대 유행할 수 없었던 이론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리볼은 다른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것도 사견입니다)
바로 전술의 유행과 플레이오프죠.
전술의 유행은 왜? 라는 의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그 전체가 3점/골밑만을 공략하는 팀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수비 스키마가 어떻게 이동될까요? 바로 골밑을 더 단단하게, 미드레인지는 비우고 3점은 확률 높은 곳 봉쇄 라는 수비가 트렌드가 됩니다. 가장 확률이 높았던 공격 옵션들의 성공률이 감소하면서 역설적으로 미드레인지의 가치가 올라가기 시작하는 전술적인 딜레마가 발생하는 것이죠.
또한 플레이오프에선 다른게 하나 있습니다. 콜이 터프해집니다. 즉 골밑 공격의 기댓값이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또한 3점을 많이 쏴서 확률적으로 높은 득점 기댓값을 가진다는 것은 이론상 맞지만, 현실적으로 한 1점차 포제션 싸움이 되었을 때도 3점을 시도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커리급의 3점이라면 3점에 기울겠지만, 특별하지 않은 3점 성공률을 많은 시도수로 커버해오던 모리볼의 시점에서, 단 한 포제션의 공격 효율은 2점 미드레인지>3점 시도인 상황에 대한 해법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 때는 확률적으로 골밑을 가야하나 골밑은 클러치일수록 단단하게 박혀있어 공격하기 힘들고 공격 1회 기준으로는 3점보다 미드레인지가 확률이 높은 게 자명한데, 이 미드레인지를 배제하고 팀 로스터를 구성하고 전술을 세팅해놓은 모리볼의 이론상 미드레인지 패턴도, 쏠 선수도 부족하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결국 본질적으로 미드레인지에서 개인기량으로 해결해줄 슈퍼스타의 존재가 다시 한번 요구되는 시점이 되는 것이죠.
그럼 커리는 개인의 플레이 중 무엇을 리그에서 바꾸었는가. 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리그를 뒤흔든 왕조의 왕이 리그에 바꾼 게 없다? 말도 안되는 소리죠.
뭐가 있을까요?
초 원거리 3점을 쏘는 것? 이것도 어찌보면 맞겠지만 굉장히 지엽적입니다. 실 예로 이런 초 원거리 3점을 쏘는 선수는... 릴라드/커리/영 정도뿐이니까요. 전술적으로도 이를 카운터치는 전술이 유행하지 않기도 하구요.
그렇기에 제 생각에 커리가 바꾼 것은 바로 "볼핸들러의 무빙 3점"의 중요성입니다. 그리고 더 크게 나아가선 "공격형 PG"의 대세를 끌고 온 선수이기도 하죠.
커리가 리그를 대표하는 3점슈터가 되기 전까지 NBA에서 가장 유명한 3점슈터는 레지밀러로 동네한바퀴로 대변되는 끊임없는 오프더 볼 무브 이후 캐치앤샷으로 리그의 3점을 퍼부었던 선수입니다. 그리고 현재도 이러한 유형의 오프더볼 슈터들은 리그에서 쏠쏠한 활약을 해주며 슈터의 베이스가 되어주고 있죠. 한 시즌이나마 커리보다 높은 3점을 보여주었던 카일코버 같은 선수들이 이러한 유형이며 아직도 슈터하면 이 모습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레지밀러와 커리의 중간 세대에 위치한 대표적인 3점 슈터 레이알렌은 전형적인 스윙맨으로 레지밀러처럼 뛰어다니며 슛찬스를 노리는 스타일이 아닌 본인의 트리플쓰랫 상태에서 가지는 공격옵션으로서의 3점을 보여줬던 선수입니다. 이로 인해 리그에서 당시에 볼을 잡고 3점을 쏠 수 있는 레이알렌 vs 오프더볼로 고확률 3점을 꽂으며 마침표를 찍는 레지밀러류의 3점 헤게모니 싸움이 있었습니다만, 결국 레지밀러류가 승리했죠. 왜냐면 레이알렌은 스윙맨에 가까웠고 트리플쓰렛에서 3점을 쏘는 것은 팀 에이스의 전유물이지(애초에 윙에서 트리플쓰렛이 팀에서 몇명이나 포제션을 가져갈 수 있는 공격법인지 고려해보면) 이를 전술이라고 보기 어려웠으니까요.
이러한 3점의 시점에 커리가 들고 온 볼핸들러의 기회만 나면 쏴버리는 3점은 가히 혁명적이었습니다. 이전의 포인트가드들 중 3점을 잘 쏘는 포인트가드가 없던게 아닙니다. 스티브내쉬는 리그 최고급 슈터였으며 볼핸들러였죠. 그러나 커리처럼 자신의 3점을 호시탐탐 노리다가 약간의 빈틈만 생겨도 때려박아대는 유형은 보기 힘들었습니다. 포인트가드는 자신의 공격보다 팀의 전술을 돌리는 것을 우선시하는게 미덕이던 시대였죠.
커리는 바로 이러한 시기에 리그의 트렌드를 바꿔버린 인물입니다.
커리 이전에도 자신의 공격을 먼저보던 포인트가드 선수들이 없던게 아닙니다. 스테판 마버리, 배런 데이비스 등 리그 올스타급의 선수들이 존재했죠. 그러나 커리는 그들과 달랐습니다. 골밑을 공격하던 이전의 공격형 PG가 아닌 움직이면서도 틈이 나면 바로 쏴대는 볼핸들러가 되어 상대의 수비를 바깥으로 빼내고 자신의 움직임에 종속시켰고, 볼을 들고 있어도 들고 있지 않아도 상대 수비를 괴롭히며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고 스페이싱을 창출해내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커리의 장점은 오프더볼로도 완벽한 3점슈터라는 점도 있으니까요.
빈틈이 나면 주저없이 3점을 던지며, 팀의 전술적 움직임을 위해 볼을 키핑하고 전술을 돌리는 것이 아닌 본인의 공격을 끊임없이 찬스를 엿보며 상대의 수비를 강제하고 이를 통해 스페이싱을 확보해 팀의 공격 전술을 유기적으로 흐르게 하는 유형의 선수인거죠.
커리의 성공 이후 많은 포인트가드들이, 아니 정확히는 볼핸들러들에게 있어 드리블 중 올라가는 3점은 없으면 선수가치를 낮게 보게 되는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결국 커리의 대두 이후 볼핸들러에게 있어 만들어 쏘는 3점의 중요성은 이제 리그의 기본값이 되었고, 리그의 3점 트렌드라는 측면에서 커리의 역할은 바로 이 지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좀 나쁘게 말하면 요즘 동네농구부터 NBA까지 보이기만 하면 냅다 갈겨대는 3점의 트렌드는 공도 과도 커리 겁니다...
사실 쓰려고 했던 글은 골스가 리그 트렌드를 어떻게 바꾸었나 였으나... 일단 모리볼과 3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약간은 두서 없이 적게 되었습니다. NBA를 보시는데 있어 리그의 흐름을 어느 팀이 주도하고 어느 팀이 역행하는지를 신경쓰시면서 보시면 더 재밌는 관람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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