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축구] 국대, 빌드업 그리고 리버풀 대 아스날 이야기
텅퉁턍 작성일 02-07 조회 373
국대 경기를 보고 빌드업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거 같아요.
사실 요르단 전은 못 봤고 그 전 경기들 간간히 보고 느낀게 있는데 어쨌든 극적으로 승리하는 상황에서는 분위기상 쓰기 참 그렇더라고요.
철저히 제 개인의 느낌에 의한거니까 당연히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아시아권에서도 팀단위 압박이 어느정도는 정착이 된 느낌입니다.
다만 그 압박 라인을 어디에 두느냐 이거에 따라 다르거든요.
● 아예 1선에서부터 강하게 거는 전방압박
● 하프라인 부근에서 강하게 거는 압박
● 우리 진영과 미드써드 경계쯤에서 중앙을 두텁게 하여 거는 압박
조금 변주가
○ 상대를 한쪽 사이드로 몰아넣어서 거는 압박 ○ 특정 선수에게(빌드업의 중추) 전담마크맨을 붙여서 거는 압박
결론은 하나입니다.
상대가 쉽게 빌드업 즉 공격전개를 하지 못하는게 압박전술의 핵심 포인트이고 2~3년 사이에 더욱더 많은 팀들이 압박전술의 세기가 강해졌어요.
그에 따라서 몇년 사이에 많은 팀들이 빌드업을 하는데 고전을 하고 있는 추세죠.
제가 응원하는 리버풀을 예시로 든다면 몇년전에는 후방빌드업을 센터백-파비뉴 중심으로 갔고 대신에 풀백들은 높은 위치에서 찬스를 만들어줬는데 그때만 해도 일부 팀을 제외하고는 이게 잘 먹혀들었습니다.
지금은 최고의 수미 로드리 혹은 라이스 조차도 홀로 빌드업을 담당하기가 힘들죠.
그만큼 빌드업 체계는 압박에 따라 3가지가 진화해왔습니다.
1. 포지션 파괴
2. 숫자의 증가
3. 방향의 변환
1. 포지션 파괴
- 기본적으로 빌드업은 미들이 중추가 되어왔고 그렇기에 모든 팀들이 빌드업이 되는 수비형 미들을 구하는데 혈안이 되었죠.
근데 이제는 홀로 빌드업 하기 힘든 시대가 왔고 그렇다고 중앙 미들을 내리자니 하프스페이스 공략 및 전방의 숫자가 부족해집니다.
● 인버티드 풀백: 풀백 중 하나를 미드라인에 두고 빌드업에 참가시키는 전술
●하프백. 인버티드 풀백에서 진화해 뛰어난 기동성과 발밑을 가진 센터백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빌드업에 참여하는 전술
괜히 천재가 아닌데 펩은 남들보다 이러한 포지션 파괴를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운용합니다.
2. 숫자의 증가
- 기본적으로 축구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누구의 인원이 더 많냐 싸움입니다.
역습이 위협적인게 수비가 제 위치에 위치하고 있지 않기에 한순간 어느 공간에 공격의 숫자가 더 많아져버리기 마련이고 그 빈틈을 찌를 수 있죠.
그런면에서 많은 팀들이 빌드업을 잘하기 위해 참여하는 숫자를 늘리려 하는데 센터백이 뒤에서 참여해주는 건 기본이고 인버티드 풀백, 하프백 심지어 정 안되면 위쪽의 미들이나 공격수까지도 내려와서 합류 시키죠.
그에 따라 빌드업 자체도 세분화시킬 수 있는데 아직까지 명확하진 않죠.
1차 빌드업 - 미드써드로 공 투입
2차 빌드업 - 파이날써드로 공 투입
3차 빌드업 - 페널티박스로 공 투입
이 되긴 합니다.
여기서 보통 우리가 말하는 건 1차 빌드업입니다.
3. 방향의 변환
- 위의 2번을 제대로 활용하게 하는 내용인데 상대를 한쪽으로 몰고 그 반대편으로 볼 투입해 순간적인 공백을 이용하는겁니다.
리버풀처럼 풀백이나 센터백이 미친 킥을 가지면 딱히 복잡한 전술이 필요없으나 맨시티의 예를 들자면 뛰어난 키핑 능력과 드리블을 가진 도쿠&그릴리시 소위 파우사 형태로 볼을 쥔 선수들이 아이솔레이션으로 상대 수비를 흐트려트리고는 다른쪽으로 방향 변환을 하는것도 하나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죠.
빌드업에서도 어느 한 방향을 노리며 그쪽으로 수비의 관심을 몰아넣고 빠른 변환을 노리는 것(단순히 롱패스가 아닌)이 핵심이고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국대에서 보자면 3선에 있는 박용우가 너무 혼자 있어요. 저는 박용우 선수의 능력은 잘 모르지만 대표팀이 클럽도 아닌 상황에서 아무리 능력이 좋고 상대가 아시아팀이라지만 홀로 빌드업이 될거라 보진 않아요.
이재성이나 황인범 같은 선수가 조금 내려와서 도와주는 형태(국대는 인버티드 전술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으니)가 되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이라는 아시아 탑클라스 공격진이 있어도 1차 빌드업부터 삐걱대면 뭘 할 수가 없다고 봐서요.
어쩌면 후반 막바지 역전하거나 골을 넣는건 상대가 지쳐서 압박이 헐거워진 틈을 찌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1차 빌드업에서 끊기면 계속 위험한 순간이 다가옵니다.
괜히 공격을 하고선 슈팅 마무리라고 하라는게 아닌게 공격이 끊기고 미쳐 준비하기 전에 상대 공격수들이 달려온다면 수비수들이 굉장히 고생할 수 밖에 없죠.
저는 이걸 얼마전에 본 리버풀과 아스날 전에 비유하고픕니다.
빌드업을 전적으로 3선에게만 맡기고(맥알리스터), 빌드업에 도움이 안되는 풀백(고메즈)을 굳이 미들라인에 넣어서 계속 미드써드에서 공 탈취당하고 바로 카운터 맞았죠.
아스날의 전략이 대단했던게 전방 압박을 거세게 걸지 않고 미드써드로 들어오는 순간 라이스를 필두로 무시무시하게 압박을 걸어버렸죠.
결국 커티스 존스를 후방으로 내리니 1차 빌드업은 좀 나아졌으나 하프스페이스 공략과 링커 역할이 끊겨서 미드써드에서 끊길거 파이널 써드에서 끊기는 양상만 나왔으니까요.
결국 전반적 기대득점값 0.1, 유효슈팅 0이라는 굴욕적인 스코어를 보였죠.
시즌 내내 빌드업에서 좋은 이야기 들은 리버풀이기에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싶더라고요.
아놀드 비판이 많은데 애초에 올시즌 컨디션은 마르티넬리 이상이던 도쿠 상대로 사이드에서 털렸지만 맞춤 수비로 결정적인건 안 내주고 인버티드 풀백으로 공격적인 기여를 통해 동점골까지 만든게 아놀드거든요.
아놀드의 장점이 단점보다 월등하기에 그리고 빠른 공격수 막는 거 빼고는 수비력도 올라왔기에 올시즌 올해의 선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였는데 아무리 부상 복귀하고 첫 선발 출전이라지만 너무 소극적으로 썼다는 느낌이 강하죠.
1차 빌드업이 안되는 구조에서는 사이드는 어디든 아놀드가 어디에 있든 의미가 없죠.
개인의 실수는 실수라고 하지만 그와 별개로 첫 실점, 코나테의 첫 경고, 반다이크의 실수, 코나테의 경고 누적 퇴장, 쐐기골 모두 빌드업 혹은 공격하다 공이 끊긴 후 나온 아스날의 다이렉트한 역습에 완벽하게 당한거거든요.
축구가 야구처럼 공수가 분리된 게임이 아니기에 저는 수비 실수도 결국 빌드업이 안되는 것에 기인했다고 보고 그건 국대도 마찬가지 같아요.
물론 이게 다 감독 놀음이기에 국대는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에 따라 쉽게 해결될 수도 어려운 길을 갈 수도 있을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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