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수 전설vs최강 전력' 컵스-자이언츠
고담인 작성일 10-07 조회 4,386
올 시즌 최강 팀이자 108년 만의 우승을 노리는 시카고 컵스 앞에 거대한 산이 나타났다. 어쩌면 팀 전체가 '염소'일지도 모르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이로써 컵스가 디비전시리즈에서 상대할 선발진은 <콜론-루고-신더가드-그셀먼>에서 <쿠에토-무어-범가너-사마자>로 격상됐다. 이번 시리즈에는 올 시즌 내셔널리그에서 200이닝 이상을 던진 6명의 선발 투수 중 네 명이 등장하는데(나머지 두 명은 워싱턴의 슈어저와 로어크), 그 중 세 명이 샌프란시스코 투수들이다(범가너 226.2, 쿠에토 219.2, 사마자 203.1, 레스터 202.2).
컵스 선발진은 정규시즌에서 30개 팀 유일의 2점대 평균자책점(2.96)을 기록했다(2위 워싱턴 3.60, 30위 미네소타 5.39). 아리에타가 마지막에 흔들리지만 않았다면, 1998년 애틀랜타(매덕스-글래빈-스몰츠) 이후 처음으로 15승-2점대 투수 세 명을 보유하는 팀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선발진도 이에 못지 않다. 계속해서 저평가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인 쿠에토(18승5패 2.79)는 지난해 디비전시리즈 5차전(8이닝 8K 2실점)과 월드시리즈 2차전(9이닝 2피안타 1실점)의 역투로 캔자스시티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다. 비록 1,5차전 원정경기에 나서야 하며 포스트시즌 원정경기에서 두 번이나 망신을 당한 적이 있지만(3.1이닝 4실점, 2이닝 8실점) 그 두 경기로 단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리글리필드 통산 15경기 5승5패 3.07, 올해 7이닝 1실점).
맷 더피와의 결별이 아쉽긴 하지만 샌프란시스코가 탬파베이에서 맷 무어(198.1이닝 13승12패 4.08)를 데려온 것은 결정적이었다. 무어는 8월26일 다저스타디움에서의 8.2이닝 7K 무실점(1안타 3볼넷) 역투로 당시 배에 물이 들어오고 있었던 샌프란시스코의 침몰을 막았고(마지막 타자 시거의 빗맞은 안타가 아니었다면 101년 만에 다저스전에서 노히터에 성공하는 자이언츠 투수가 될 수 있었다) 마지막 두 경기에서도 7.2이닝 11K 1실점과 8이닝 6K 1실점의 피칭으로 귀중한 2승을 보탰다.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적극적으로 던지기 시작한 컷패스트볼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마자(12승11패 3.81) 또한 마지막 두 경기에서 7이닝 9K 무실점과 6이닝 11K 2실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에서 탈출한 모습. 쿠에토의 '원정 울렁증'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분(PS 15경기 8승3패 1.94)께서 3차전에 강림하시는 선발진은 컵스와 비교해도 그다지 밀리지 않는다.
컵스로서는 헨드릭스(16승8패 2.13)와 아리에타(197.1이닝 18승8패 3.10)를 제치고 1선발로 나서는 레스터(19승5패 2.44)가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주느냐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보스턴 시절 포스트시즌 선발 11경기 성적이 6승4패 1.97(월드시리즈 3경기 3승 0.43)이었던 레스터는, 보스턴을 나온 이후 세 경기(오클랜드+컵스)에서는 2패 5.48에 그치고 있다.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약점은 2009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30개의 블론세이브를 범한 불펜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약점이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하나, 범가너가 완봉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샌프란시스코의 시리즈 승리와 2010년 이후 네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은 선발투수들이 불펜의 책임 이닝을 얼마나 줄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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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하는 길라스피 ⓒ gettyimages/이매진스
올해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에서 애틀랜타(122개)와 마이애미(128개) 다음으로 적은 130홈런에 그쳤다. 이는 포스트시즌 참가 팀 중 최소 기록으로, 그 다음으로 적은 클리블랜드(185개)보다도 55개가 적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와일드카드 경기를 홈런으로 뽑은 석 점(9회초 길라스피 스리런)을 가지고 승리했다.
흥미로운 것은 샌프란시스코의 올해 콘택트율이 ML 3위이자 리그 1위에 해당되는 80.6%라는 것. 캔자스시티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2014년(82.7%)과 2015년(81.9%) 각각 메이저리그 1,2위에 올랐는데, 메이저리그 홈런 최하위였던 2014년(95개)에도 포스트시즌 홈런 대결에서 상대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득점 리그 9위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다.
컵스 타선의 최대 강점은 메이저리그 1위의 볼넷수(이는 샌프란시스코의 불펜을 일찍 소환하는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홈런(ML 13위)과 도루(ML 20위)는 메이저리그 중하위권이지만 순수 장타율(7위)과 베이스런닝 지수(5위)는 상위권이다. 컵스 타선의 열쇠는 2번으로 나서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4번을 맡게 될 벤 조브리스트가 쥐고 있다. 조브리스트의 가을 능력을 믿는다면(지난해 PS 16경기 .303 .365 .515) 부진한 9월을 보낸 브라이언트(9월 .224 .296 .388)의 활약 여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지난해 컵스는 95마일 이상 공을 상대로 타율 ML 26위와 장타율 21위에 그쳤다. 그리고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만난 영건 트리오(하비-디그롬-신더가드)&파밀리아에게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그러나 올해 컵스는 95마일 이상을 상대로 타율 ML 5위-장타율 10위를 기록했으며, 샌프란시스코에는 파이어볼러도 많지 않다.
지난해 가을 컵스의 또 다른 문제는 디펜시브런세이브에서 27위(-26)에 그친 외야 수비였다. 그러나 올해 컵스 외야진의 디펜시브런세이브는 메이저리그 4위(30)에 해당된다. 컵스로서는 그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고 가을 야구에 나서는 것이다.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컵스의 가장 큰 적은 심리적인 부담감일 터. 비록 머피라는 성을 가진 선수는 없지만 '짝수 자이언츠'이자 '가을 자이언츠'인 샌프란시스코는 컵스의 부담감을 가장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팀이다.
결국 첫 경기에 시리즈가 달렸다. 컵스가 만약 1차전을 놓친다면, 저주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수면 위로 드러날 수도 있다. 컵스에게는 월드시리즈로 가는 최대 고비가 될지도 모르는 시리즈. 그러나 컵스가 지난해 실패 후 더 꼼꼼하게 쌓아 올린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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