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해축] 수비형 미드필더 딜레마 그리고 카세미루

잎새주        작성일 08-22        조회 1,666     

마지막에 나름 요약된 결론 문단 있음.



1. 수비형 미드필더에 대한 오해

축구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현대 축구에서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은 이전에 그들이 주로 담당하지 않았던 역할들을 많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들도 최근 몇년 사이에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어요. 수비만 잘하는 센터백은 반쪽짜리 수비수 이하의 시선을 받는 세상이 되었고, 골만 확실하게 넣을 줄 아는 센터 포워드는 빅클럽에서 아예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있습니다. 대신 센터 포워드들은 득점력보다 주변 선수와의 연계, 성실한 압박 등을 덕목으로 삼고 있으며, 측면 공격수에게는 센터 포워드에 버금가는 득점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죠. 노이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뭐 저런 골키퍼가 다 있냐는 말이 많이 나왔지만 지금은 그 노이어를 따라하지 못하면 심각한 결점이라는 관점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 속에서도 수비형 미드필더만큼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선입견이 많이 끼어있는 포지션이라고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사실 명칭부터가 저렇게 정해져있으니 안 그럴 수가 없겠지만요. 수비형 미드필더, 누가봐도 수비적으로 플레이하는 미드필더라고 해석이 되는게 맞긴 하죠.

적어도 빅클럽 수준에서는, 이러한 수비형 미드필더에게도 요구하는 것들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 즉 플레이메이커가 경기 전체를 통제하며 지배력을 보이는 그런 축구는 상징적으로 리켈메에서 끝났고, 수비 전술의 발달로 그 무게 중심은 점점 뒤로 밀려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격 상황에서 중심을 맡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링크를 걸었던 것 같은데 예전에 제가 피지알 스연게에 그러한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번역글을 가져온 적이 있었습니다.

https://pgr21.com/spoent/45386
피벗 미드필더는 그 팀을 모습을 축약한다

홀딩 미드필더는 확실히 따분한 이름이다. 축구 용어에서 중요성을 시사하는 것은 동사(verb)이다. 네 자리를 지켜라(hold), 상대팀을 잡아놔라(hold), 그러나 이는 다른 선수들을 위해 굳은 일을 한다는 함축을 담고 있다. (중략) 스페인에서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용어를 찾아냈다. 피벗(pivot)이 그것인데 모두가 중심을 두고 회전하는 축이자 남은 팀 전원의 기준이 된다. 최소한 보통 경기 전 팀 그래픽에는 팀 중심에 위치해 있는 선수들의 핵심적인 역할을 간결하게 요약해주는 용어이다. 다섯 선수가 그 뒤에 있고 다섯 선수가 그 앞에 있다.

링크 들어가서 읽기 번거로운 분들을 위해 핵심 부분을 발췌해봤습니다. 이것도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는 글이네요. 가끔 피보테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피벗이라는 용어 대신 6번롤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포지션 넘버링에서 수비수에게 2, 3, 4, 5번을 배정하고 난 뒤 이 역할을 맡은 선수가 받는 6번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요즘은 이런 피벗들부터도 공을 못 잡게 하려는 적극적인 수비 대형이 자주 보이죠. 그래서 볼을 능숙하게 다루고 적절한 패스길을 선택하는 역량이 센터백들을 넘어서 골키퍼에게까지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것까지 엉망진창이 되어서 경기를 완전히 말아먹게되는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얼마 전에 브렌트포드 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이겠죠.



2. 각 클럽의 피벗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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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이야기했듯 피벗은 중심축입니다. 확실히 수비보다는 공격에서의 역할에 주목한 네이밍이죠. 제가 이전 단락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용어 자체가 선입견이라는 말을 했었죠. 왜냐하면 실제로 현대 축구에서 빅클럽들은 이 6번 자리에 수비를 못하는 선수를 쓰면 썼지 빌드업에 기여하지 못하는 선수는 쓰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여러 클럽들에서 이 자리에 어떤 선수들을 기용하는지 잠깐 생각만 해봐도 이것은 명백합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로드리]가 이 피벗 역할을 맡습니다. 물론 수비적인 기여도가 좋고 태클을 비롯한 볼 경합에서 절대 뒤쳐지는 선수가 아닙니다만 이 선수가 가장 먼저 주목받았던 능력은 바로 볼간수 능력과 수려한 패스들이었습니다.

첼시의 [조르지뉴]. 물론 발롱도르 3위, UEFA 올해의 선수 같은 경력도 있지만 그 자체로도 거품이라는 평가를 많이 듣고 실제 경기 내 플레이에서 폼이 좀 안좋다 싶으면 적지 않은 약점들을 노출하며 수없이 안좋은 소리를 듣는게 일상입니다. 그럼에도 첼시가 이 선수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조르지뉴가 좋은 폼과 환경 속에서 핵심적으로 기능했을 때 첼시와 이탈리아가 유럽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거기에서 조르지뉴의 핵심 역량을 절대 간과할 수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신체 능력이 많이 떨어진 [부스케츠] 역시 비슷하죠. 그렇게 욕받이를 하는거 감독들이 모를리가 없어요. 바꿀 수 있었으면 진작에 바꿨겠죠. 근데 갈아 끼우기는커녕 그들의 피벗 역량을 살려 쓰기 위해서 여러 보조자들을 더 투입하는게 현실입니다. 물론 그러한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닌데 그때마다 자주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팀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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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대표팀에서도 이 피벗 역할 때문에 얼마 전까지 골머리를 썩였습니다. 끊임없이 은퇴한 [기성용]을 거론하면서 복귀 여론이 적지 않았었죠. 떨어진 기동성, 수비 기여도 등 이미 은퇴한 기성용이 국가대표팀 자리에 돌아온다면 여러가지 약점을 노출할 여지가 많았지만 그런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활용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 피벗 역할의 중요성을 방증합니다.



3. 피벗의 플레이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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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에른 뮌헨의 키미히가 피벗 자리에 위치해 있는 모습. 이게 기본적인 포메이션과 비교해보면 잘 보이니 먼저 가져와봤습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와도 일치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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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부스케츠입니다. 아직 공을 건네받지는 못했지만 피벗 자리에서 포지셔닝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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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심화버전으로 들어가 봅니다. 이번에는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공격 시에 2-3-5 포메이션을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펩시티이고 이 대형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저 자리가 피벗입니다. 일반적으로 로드리가 저 자리에 서서 플레이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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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최근 경기 모습을 볼까요? 이번 시즌 본머스전 공격 대형입니다. 홀란드를 포함해 전방에 5명을 두고 로드리가 정가운데에서 피벗 역할을 맡고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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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스타티비)

이건 리버풀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버풀도 공격 시에 2-3-5 대형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파비뉴가 한가운데에서 피벗 역할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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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도 이번 시즌 2-3-5 대형을 시도하고는 있습니다만 후방이 불안하다 생각을 하는건지 지난 시즌 내내 혹은 이번 시즌도 종종 후방에 3명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후방에 2명을 두든 3명을 두든 피벗의 자리는 일정하죠. 토마스 파티가 경기장 한가운데에서 센터백에게 볼을 건내받아 빌드업을 시작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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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짝 언급했듯 이러한 피벗을 자유롭게 두면 공격 전개가 수월해지기 때문에 수비 측에서 적극적으로 압박하며 수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전방 2명이 센터백과 피벗을 동시에 견제하며 공격 측의 기초 빌드업 자체를 방해하는 모습.



4. 피벗의 어려움과 카세미루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용어를 해체하다시피하고 공격적인 역할에 주목한 피벗이라는 개념을 설명해왔지만, 그럼에도 이 자리에서 발생하는 수비적인 부담과 의무를 경시할 수는 없습니다. 아까 잠깐 이야기 했듯 원래 이 자리는 고전적으로 상대팀 10번의 주 활동 영역이고 잘못해서 빈틈이 생기는 순간 결정적인 실점 장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적인 위치임에는 분명하거든요. 아무리 수비진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있더라도 그 앞에서 수비진들을 보호할 수 있는 홀딩 미드필더가 없다면 어떤 참사가 일어나는지는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거라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알맞는 선수를 더더욱 찾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팀의 전체적인 빌드업을 관장해야 하는 아주 빼어난 시야와 패스 능력을 가지면서도, 기본적인 수비 능력과 센터백 보호라는 수비형 미드필더 본연의 영역에서도 기본은 해내야지만 이 자리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현대 축구에서 어느 포지션이든 안그러겠냐만은 이 피벗 자리에 감독들이 요구하는 툴 또한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 훌륭하게 플레이하고 있는 선수들을 살펴보면 공수 양면으로 뛰어나고 약점이 별로 안 보이죠.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카세미루는 현대 트렌드의 기조와는 대단히 다른 방향으로 주목받은 전통적인 선수입니다. 이 친구에 대한 대강의 특징은 다들 아시잖아요? 수비 진짜 잘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그런데 볼은 잘 못참. 지금의 카세미루는 이렇게만 표현한다면 좀 억울하긴 한데 어쨌든 대강의 논조는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기준점을 위에서 쭉 봐왔던 피벗에 맞춰서 이야기한다면 말이죠.

아니 그러면 저렇게 피벗 자리의 공격적인 역량이 중요하다고 쭉 이야기 해왔는데, 그쪽으로 꽤 모자란 카세미루를 달고도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 팀을 정상적으로 굴리면서 최근에 챔피언스리그를 여러번 우승해온건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https://pgr21.com/spoent/67579
하루 늦은 레알 마드리드 맨시티전 감상평

저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이야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잠시 한 적이 있었습니다. 또 들어가서 보기 번거로운 분들을 위해 몇몇 예시를 가져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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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토니 크로스, 그 의문에 대한 대답 역시 레알 마드리드 안에 있었거든요. 공격 상황에서 크로스가 이 피벗 역할을 대신해 6번 자리에 서게 됩니다. 그리고 이 피벗 자리에서 토니 크로스가 수행하는 퍼포먼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링크의 첫 문단에서도 언급했지만 보통 토니 크로스를 중앙 미드필더(8번), 카세미루를 수비형 미드필더(6번)으로 보는 시선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죠. 절반은 틀렸단 이야기.

어쨌든 토니 크로스의 존재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레알 마드리드가 빌드업을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카세미루가 모드리치나 크로스의 약점들을 메꿔준 것처럼 크로스 역시 카세미루의 근원적인 약점을 저렇게 메꿔준 셈이죠. 바르셀로나 세 얼간이 조합이 조금씩은 달라도 본인들의 최장점을 아주 크게 공유했던 것과 달리, 레알 마드리드의 크카모는 각자 다른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게 공유되는 조합이었습니다. 그 장점들이 아주 절묘하게 서로의 단점들을 메꿔주면서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미드필더 조합이 되었지만요.



5. 그러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전술적으로 한가닥 한다는 양반들의 공격 대형은 2-3-5입니다. 전방에 많은 숫자를 때려박으면서도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대형을 유지하며 역습을 저지할 수 있는 최적의 대형이겠죠.

텐 하흐가 부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이 현대적인 피벗 개념을 활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차하면 2-3-5 대형도 시도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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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리그 개막전인 브라이튼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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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를 피벗 삼아서 2-3-5 대형을 만드려고 하는게 바로 보이죠. 저 밑에 짤렸지만 공격진 아래에 2명이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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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피벗 자리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프레드.

하지만 최종 스코어도 그렇고 과정도 텐 하흐 마음에 영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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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경기 브렌트포드전. 이번에는 에릭센을 3선으로 내렸습니다. 문제는

https://pgr21.com/spoent/69956
맨유의 브렌트포드전 대패 요인들 (데이터)

"에릭센이 빌드업 과정에서 8번 역할로 뛰든, 6번 역할로 뛰든 할거다. 우리가 그를 틀어막아야 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브라이튼과의 경기에서 펄스 나인에 가깝게 운용된게 에릭센인데, 미드필더가 저 꼬라지이니 에릭센을 8번이든 6번이든 내려서 쓰지 않으면 저 문제가 해결이 안될 것이라는걸 브렌트포드의 프랑크 감독도 꿰뚫어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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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후방 빌드업 대형이 앞서 언급한 2-3-5와 유사하죠. 이번 경기에서는 프레드 대신 에릭센이 피벗 역할로 들어옵니다. 브렌트포드는 에릭센을 밀착마크 하면서 빌드업을 방해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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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빌드업 상황에서 에릭센이 피벗 자리에 들어와 있습니다. 매과이어가 볼을 잡은 상태인데 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난감해 하고 있네요. 손을 들어서 잘못된 포지셔닝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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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각도에서 보면 매과이어의 관점이 틀리지는 않았던 것 같군요. 후방 2-3 대형을 잡았다면 측면으로 빠져서 공을 받아줘야 하는데 무슨 생각인건지 가운데로 좁혀 들어와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확실히 아직 텐 하흐의 빌드업 전술을 숙지하지 못한거 아닌가 싶어요.

이 장면 결국 저 상황에서 볼 탈취 당하고 역습 찬스 내주다가 매과이어가 옐로우 카드 감수하면서 태클로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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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2번째 실점. 마찬가지로 에릭센이 피벗 자리에 서 있습니다. 공을 받아주러 내려오고 있지만 뒤이어 함께 들어오는 브렌트포드 선수를 제대로 봤다면 에릭센에게 패스를 줘서는 안되었죠.

데 헤아는 에릭센에게 패스를 주는 그릇된 판단을 내렸고 그대로 볼을 탈취당하며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피벗 자리에 대단히 큰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더 용에게 그렇게 몇달 동안 매달렸고, 그게 안되자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라비오에게 접촉을 하기도 했었죠.



6. 카세미루를 영입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과연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로 영입된 것은 카세미루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카세미루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 피벗 역할을 주로 담당하지 않았어요. 카세미루가 저 자리에 들어오면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수준은 아닙니다만 2-3-5처럼 피벗에게 부담을 많이 주는 대형을 취한다면 카세미루가 그 역할을 텐 하흐 아니 일반적인 시선에서도 적합하게 수행할 확률은 꽤 적다고 보는게 맞을겁니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관점에서 펩 같은 경우에는 전술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가정 아래에서 본인의 팀에서는 카세미루 대신에 로드리를 기용할 가능성이 크죠. 카세미루가 로드리보다 좋은 선수냐 아니냐와는 별개의 이야기니까요.)

프레드와 함께 브라질 국대 3선 조합의 시너지를 기대하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은데 물론 제가 브라질 국가대표팀 경기를 꾸준히 봐온 사람이 아니라서 장담은 못합니다만, 프레드든 카세미루든 메인 피벗 역할을 맡기에는 적합하지 않은데도 브라질 국가대표팀이 그 조합으로 잘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그 둘 앞에 볼을 단독으로도 달고 전진할 수 있는 네이마르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서요. 한국과의 친선 경기 때도 그랬죠. 네이마르가 여차하면 3선까지 내려와서 공 달고 올라가서 휘젓고 경기를 만들어 갑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야기로 돌아와서 일단 3선에서 빌드업 중심을 크게 가져가는 지금의 방침을 유지한다면 카세미루 영입과는 별개로 피벗 역할을 담당할 선수가 여전히 필요합니다. 브루노가 네이마르처럼 내려와서 볼 가지고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요. 그래서 저는 카세미루의 파트너로 에릭센이 브렌트포드전처럼 기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추가 영입이 없다면 말이죠.

그리고 이러면서도 텐 하흐가 구상하고 있는 전체적인 2-3-5 대형을 아예 뜯어고쳐야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전 레알 마드리드에서 카세미루가 뛰었을 때의 특징을 한번 살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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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든 카세미루든 하루종일 저 자리에 박혀서 전진하지 않고 이런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저 위치에 같이 포지셔닝하는 장면이 종종 연출됩니다. 크로스가 후방에서 측면 쪽으로 빠지거나 카세미루가 전진하면서 간격 유지와 패스길을 열어주려 노력하는 모습들도 많이 보입니다만 어쨌든 이 두 선수를 측면으로 자주 옮겨놓는 것은 공격 쪽으로든 수비 쪽으로든 좋은 모양새가 아니기 때문에...

아까 이야기 했듯이 2-3-5를 사용하는 이유는 어쨌든 전방에 숫자를 많이 때려박으면서도 효율적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가 큰데, 이렇게 중원에만 2명을 사용하게 되면 결국 전방에 배치되는 사람 숫자가 줄어들 수 밖에 없죠. 위에 나와있는 장면들 모두 둘이 아니라 하나만 있었어도 후방에서 2-3의 대형으로 큰 문제 없었을 상황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벤제마나 비니시우스, 모드리치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숫자가 좀 부족해도 개인 역량으로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것도 매번 그러는건 아니라서 지단 때든 안첼로티 때든 시즌 내내 공격이 답답하다고 욕 먹었던게 현실. 만약에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이러한 상황이 그대로 연출된다고 가정하고 벤제마, 비니시우스, 모드리치 대신 뛰게 될 선수들의 상태를 생각해 보면....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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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상대적으로 풀백들의 역량이 꽤 강조되었습니다. 물론 전술과 선수 구성에 따라 이러한 역할은 달라질 수 있겠습니다만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풀백들의 종적인 동선을 꽤나 길게 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방압박을 당할 때는 내려와서 압박을 풀어주는데 도움을 주면서도 눈치껏 전방으로 빠르게 올라가 공격 숫자를 맞춰주는데 기여를 했었습니다.

물론 애초에 풀백이라는 포지션이 앞뒤로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하는 포지션이긴 합니다만 레알 마드리드는 다소 가혹한 수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더라구요. 프리미어리그에서의 경우 비대칭 백포 혹은 변형 백쓰리 운용 등으로 풀백들의 동선과 부담을 일정 수준 내에서 제어하려는 시도들이 있고, 맨시티처럼 아예 양쪽 풀백에게 모두 인버티드 풀백롤을 맡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경기 보면 그런 장치가 거의 없었죠. 오히려 광활하게 비워진 한쪽 사이드를 아예 풀백 하나에게 맡기는 일이 더 잦지 않았었나 싶은.

마르셀루와 카르바할의 팀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카르바할의 최전성기 시절이 굉장히 과소평가받고 있다 생각해요. 예전 라파엘 바란 발롱도르론이나 맨유 이적 당시에도 이야기했지만 저는 바란의 중요성과 공헌도는 백포 가운데서도 최하위권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만큼 이 팀의 환경은 풀백들에게 꽤나 가혹합니다.

여담이지만 첫짤 저거는 지지난 시즌 엘클라시코 경기인데 오른쪽이 카르바할이 아니라 나초입니다. 나초를 세워두고도 저렇게 전진시킬 정도... 제가 지단 때 페를랑 멘디에게 나름 관대했던 이유기도 하고요. 카르바할이 시즌 내내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반대쪽 사이드 동선이 진짜 좀 많이 길다 싶었고 그러니 안 퍼지는게 용하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시즌에 결국 퍼졌다는 것도 함정.



7. 결론

https://www.thesun.co.uk/sport/19560156/casemiro-man-utd-real-madrid-transfer-gibson-exclusive/

잉글랜드 현지에서 라 리가 이야기 잘 하는 테리 깁슨이라는 아저씨가 최근 한 인터뷰.

"내 생각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카세미루를 레알 마드리드가 썼던 것과 똑같이 쓰는게 중요하다."

"카세미루는 백포 라인 바로 앞 저지선에서 뛰어야 한다."

"카세미루는 홀딩 미드필더로서 기용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다른 선수들을 전진시켜서 활약하게 하는 그런 역할 말이다."

"만약에 사람들이 볼을 잡고서 2, 3명을 이겨내는 것을 기대한다면 프렝키 더 용을 다시 알아보는게 좋을거다. 둘은 완전히 다른 선수다."

이게 카세미루의 본질을 관통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저기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위에서 이야기 했던대로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상황이 카세미루가 저렇게만 해서 될 상황일까?라는 거겠죠. 확실히 카세미루를 쓰던대로 쓰는 것에 여러가지 우려되는 점이 없지만은 않습니다. 거긴 레알 마드리드였고 여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니까요.

그래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텐 하흐가 추가 영입을 위해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는거라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방 자원의 퀄리티 개선을 위해 안토니, 코디 각포와 협상하는 것(물론 이건 카세미루 이전부터 손봐야 하는 문제기도 하지만)이고, 풀백 쪽의 퀄리티 개선을 위해 데스트와 하키미에게 접촉하고 있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죠. 그러면 아다리가 맞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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