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정몽규 개인 기부금이 없으면 축협은 재정 자립이 어려운가?
펭귄맨 작성일 08-27 조회 410
요새 축구 관련 게시물을 보다보면 대한축구협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워 정몽규의 개인 기부금에 크게 의존하게 되고,
그러니 국가대표감독 선출도 정몽규의 뜻대로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다는 글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런데 축구가 컬링이나 조정처럼 시장 자체가 작아 뜻있는 소수 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협회 운영조차 어려울 정도로 영세할 거 같지 않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현대차나 포스코 같은 쟁쟁한 그룹이 투자하는 곳에 HDC가 국대 감독이라는 초대형 공공 사업을 좌지우지 할만큼 쩐주 역할을 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 들어
도대체 정몽규가 축구판에서 얼마나 큰 손이기에 국대감독이라는 공공성이 짙은 영역까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건지 궁금해서 개인적으로 찾아보았습니다.
먼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정몽규의 대한축구협회 기부금입니다
먼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정몽규의 대한축구협회 기부금입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05366632559176&mediaCodeNo=258
2022년 20억원, 2018년 40억원을 기부하였다고 합니다
언론에서도 정몽규의 기부금으로 월드컵 포상금 지급, 벤투 사단 영입의 급한 불을 껐다고 하는 걸 보니 현장에서도 정몽규가 소방수 역할을 한 것은 꽤나 인정을 하는 거 같습니다.
다음은 축구협회의 예산 규모입니다
https://www.kfa.or.kr/kfa/data_room.php?act=business_plan
대략 대한축구협회의 1년 예산 규모는 1000억원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2022년은 월드컵 시즌이라 피파 배담금 등으로 예산이 위로 튀었을 거 같습니다. 반대로 2021년, 2020년은 코로나 여파인지 입장료 수입이 아래로 튀었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수익을 차지하는 것은 정부보조금(약 366억)입니다.
대한체육회를 한단계 거치고 내려오는 예산이라 정확한 내역은 모르겠네요
다만, 2022년 보조금은 다른 년도에 비해 많이 튀는 편입니다. 다른 년도의 정부보조금은 보통 100억~200억 정도에 설정되어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정부보조금을 최소한의 정도만 받는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다시 보니 그건 약 15년 전의 예산을 설명했던 거라 지금과는 많이 다른 거 같습니다)
다음은 후원사 수익입니다. 2022년 기준 약 324억으로 수익 비중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년도와 비교하면 매년 320억 내외로 일정하여, 대체로 수익비중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복표(토토) 수익입니다. 약 200억에서 왔다갔다 합니다. 이것도 정부에서 내려주는 돈입니다.
매년 정부로부터 받는 예산은 보조금과 복표를 합하여 협회 전체 수익의 약 1/3 정도입니다.
나머지 1/3은 후원사수익, 나머지 1/3은 중계료와 입장권 수익 등입니다
협회치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년 300억 이상씩 받아가는데 정부한테 협회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어불성설으로 보입니다.
이제 정몽규가 기부한 작년 20억, 2018년 40억이 협회에 얼마나 중요했는지 봅시다...인데
대한축구협회 예산은 매년 1000억 내외입니다... 20억이면 예산의 약 2%라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중대사를 단독으로 결정할 만큼 기여가 큰 것인가...? 글쎄요....?
순이익으로 보더라도 2022년 순이익은 137억원, 2021년 68억원, 2020년 38억원, 2019년 19억원, 2018년 35억원입니다
2018년 40억원을 일시불로 냈는지 벤투 재임 기간동안 할부로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몽규 사재출연이 없었다고 해서 재정이 어려워지거나 그럴 재무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재무상태표는 공익법인 결산 공시를 보면 나올텐데 지금 시간이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공시가 안들어가지는 시간이네요; 내일 다시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닌 공익법인 특성상 세입세출을 맞추려고 했을 텐데 그럼에도 2022년에 순이익률이 위로 튄 걸 보면 허리띠 조이려면 더 쪼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그나저나 2022년은 20억을 안받았어도 순이익이 117억이나 남는 해였는데 정몽규 20억 기부가 없었으면 포상금도 못줬을 거라는 위의 기사는 어떤 사정을 바탕으로 나온 건지 궁금합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정몽규 기부금의 규모가 다른 대한축구협회 후원사의 후원금보다 크지도 않습니다
대한축구협회 및 축구국가대표팀의 후원사는 아래 11개 기업입니다
보시다시피 HDC는 없습니다
그리고 전술했다시피 후원사 수익은 연간 320억원 정도입니다. 따라서 11개 기업의 연간 평균 기부금은 28~29억원 정도입니다
네. 정몽규가 1회성으로 기부한 금액은 위 기업들이 매년 스폰한 금액보다 작습니다
그런데 정몽규의 사재 출연이 없으면 협회가 안돌아 간다는 것은 납득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참고로 후원기업이 11개밖에 없는 것도 후원을 업종당 1개 기업만 받아서 입니다.
국대 감독 선임조차 어려울 정도로 협회 재정이 어려웠으면 스폰 기업을 더 받으면 끝날 일이지 돈때문에 정몽규한테 벌벌 길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아니, 애초에 대한축구협회에 그렇게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싶었으면 공식 스폰서로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스폰서 명단에 건설업은 있지도 않은데;
혹시 정몽규 개인이 아닌 HDC나 부산 아이파크 이름으로 협회에 더 기여한 금액이 있나 찾아보았는데 부산아이파크의 협회 회비 말고는 딱히 잡히는 게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1. 대한축구협회 예산 중 정몽규 사재 출연금의 비중은 크지 않다
2. 정몽규 기부금 금액은 협회 스폰서 1개 기업의 기여분보다 작다
3. 정몽규 기부가 없었다고 축협 재정이 빵꾸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몽규가 클린스만 선임에 진짜 압력을 행사했다면
인터넷 커뮤니티의 정몽규가 협회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에 클린스만의 선임은 어쩔 수 없는 어른의 사정이었다가 맞는 주장이 아니라
그냥 정몽규의 협회장으로서 공과 사를 구분 못한 갑질(과도한 영향력 행사)만 남는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축구협회 사정을 잘 알고 쓰는 글이 아닌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찾아본 자료를 정리한 글이기에 틀린 내용이 많을 수 있습니다.
정정이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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