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바늘구멍' 통과까지 남은 산은 몬테로 하나
흑룡님 작성일 03-11 조회 3,922
경쟁자 몬테로, 2012년 팀 유망주 순위 1위 출신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에게 단춧구멍 사이로 간신히 보이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가 이제 조금씩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신분으로 빅리그 진입을 노리는 이대호를 두고 사람들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일'이라고까지 평가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매년 메이저리그 구단은 20명 안팎의 선수를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로 부르지만 그중 빅리그 25인 로스터에 진입하는 건 한두 명 수준이다. 하지만 이대호는 실력으로 가능성을 키웠다.
이대호는 11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5경기에 출전, 타율 0.375(8타수 3안타) 1홈런 2볼넷 2타점을 기록 중이다. 안타 3개 중 벌써 홈런 하나가 터진 게 고무적이고, 9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에서는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안정적인 수비 능력까지 선보였다.
시애틀 1루수 자원 중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건 좌타자 애덤 린드뿐이다. 린드는 작년 홈런 20개를 친 거포지만 모두 우투수를 상대로 쳤다. 좌투수에게는 지독하게 약하다.
그래서 시애틀은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우타자 백업 1루수 1명을 찾는다. 지명타자가 아닌 1루수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스콧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수비 능력까지 고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대호는 헤수스 몬테로, 스테펜 로메로 그리고 가비 산체스와 경쟁 중이다. 그렇지만 시애틀 현지 언론은 최근 이대호와 몬테로 두 명의 맞대결로 압축됐다는 보도를 내놓는다.
성적, 실력 모두 염두에 둔 분석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대호와 몬테로의 계약상태에 있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개막 25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면 자유계약선수(FA) 선언을 할 수 있는 옵트 아웃(opt out)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또한, 몬테로 역시 마이너리그 연수를 모두 채웠기 때문에 시애틀 구단은 마이너리그로 쉽게 보낼 수 없다. 방출 대기(Designated for Assignment)를 거쳐야 하는데, 몬테로가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면 나머지 구단들이 그를 곧바로 영입할 수 있다.
딱 한 자리뿐인 1루수 백업, 이대호가 이를 차지하려면 몬테로를 따돌려야 한다. 그렇지만 쉽지만은 않다.
몬테로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5시즌 226경기 타율 0.253 28홈런 104타점이다. 평범해 보이는 성적이지만 몬테로는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였다.
2006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는데 워낙 빠른 속도로 하위 리그를 평정해 2012년에는 양키스 유망주 순위 1위·전체 순위 6위까지 올랐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사이에서는 "제2의 (미겔) 카브레라, (앨버트) 푸홀스가 될 자질이 있는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시애틀은 몬테로를 얻기 위해 아끼던 강속구 투수 유망주 마이클 피네다를 내놨고, 간신히 2012년 데려올 수 있었다.
문제는 시애틀 유니폼을 입은 이후다. 몬테로는 자기관리 실패로 급격하게 살이 찌고, 2013년에는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돼 50경기 정지까지 당했다. 그래도 시애틀은 몬테로를 결코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
대니얼 김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대호가 지금 무척 잘하고 있지만, 성적이 비슷하다면 구단은 몬테로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출혈도 워낙 컸고, 만약 방출한다고 해도 최고 수준의 유망주 출신이니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분석을 내놨다.
시애틀이 몬테로를 트레이드하고 이대호를 쓰는 방법도 있다. 그는 "톱 유망주를 트레이드하는 건 어렵지만 몬테로는 현 단장인 제리 디포도가 영입한 게 아니라 전임 단장 잭 주렌식이 데려왔다.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대신 대니얼 김 해설위원은 "이대호가 결코 시애틀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이대호가 보여주는 모습을 시범경기 끝까지 유지한다면, 분명 눈여겨보는 구단이 있을 것"이라며 "분명한 건 지금 하는 것처럼 3월 말까지 페이스를 유지하면 이대호는 올해 메이저리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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