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인식 감독은 비난 여론에도 오승환을 찾을까

리라        작성일 01-02        조회 4,428     

오승환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 새해 벽두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다.

WBC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팀은 올해 3월 서울 고척돔에서 네덜란드, 이스라엘, 대만과 1라운드를 치른다. WBC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대회가 다가올수록 오승환(35, 세인트루이스)을 향해 눈길이 자꾸 돌아간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서 오승환은 제외됐다. 실력이라면 뽑히고도 남을 처지, 김 감독은 당초 오승환을 대표팀에 포함시키려 했다. 그러나 불법 해외 도박에 따른 징계와 비난 여론에 밀려 대표팀에 발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오승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이후로 계속해서 전력이 이탈하기 때문이다. 김광현(SK), 이용찬(두산)은 수술로 이탈했고, 정근우(한화)도 무릎 수술을 받아 대회 참가가 불투명하다.

메이저리거 중에서는 추신수(텍사스), 김현수(볼티모어)가 소속팀의 출전 반대로 참가가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강정호(피츠버그)는 음주 운전 뺑소니 사건으로 대표팀에서 제외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2013년 3회 대회의 1라운드 탈락을 만회해야 하는 대표팀은 전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 WBC 1라운드는 고척돔에서 열린다. 홈 팬들 앞에서 자칫 1라운드 탈락의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2015년 12월 열린 프리미어12 대회 때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오타니 쇼헤이의 160km 강속구에 눌리다가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믿기 힘든 대역전극을 만들었다. 만약 그대로 완패했더라면 한국 야구는, 이를 지켜본 팬들은 어땠을까. 국가 대항전의 패배는 단순히 스포츠 경기에서 1패 이상으로 큰 의미와 반향을 갖게 마련이다.

오승환은 분명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 야구 실력과는 별개로 비난 받는 것은 마땅하다. 불법 해외 도박에 대한 사법적인 징벌(벌금 1000만원)은 받았지만, 일반 여론에 의한 도덕적 징벌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오승환을 대표팀에 뽑는 것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오승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뽑는 것이 아니다. 사실 오승환 입장이라면 대표팀에 뽑히지 않고 스프링캠프를 착실히 치르고 메이저리그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낫다. 올해로 계약이 마지막 해, 다음 시즌 계약을 위해서는 올해 성적이 중요하다.

오승환이 대표팀에 뽑혀서 WBC에 출전하는 것은 국가대표로 봉사하는 의미를 갖게 된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후 귀국 당시 WBC 대표팀 합류에 대해 KBO 뜻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식 감독은 "여전히 좋지 않은 여론에 둘러싸인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을 아예 무시할거였다면 예비 엔트리, 최종 엔트리 때 일찌감치 오승환을 1순위로 뽑았을 것이다. 여론의 수렴해서 결정했지만, 지금은 종합적인 상황이 오승환을 의지하게끔 만들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WBC 1회 4강, 2회 준우승, 프리미어12 우승 등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다. 개인적으로 더 이상 욕심 낼 것도 없고, 설령 이번 WBC에서 실망스런 성적을 거둔다고 해도 비난 받을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오죽하면 비난 여론을 알면서도 하소연할까.

올림픽, 아시안게임은 아니지만 국가대항전인 WBC가 선수들의 경험을 쌓는 대회는 아니다. 성적을 내야 한다. 대표팀 감독의 자리는 개인적인 명예보다는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한다.

김 감독은 "KBO리그가 잘 되려면 대표팀이 강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돌이켜보면 2006년 1회 WBC에서 메이저리거가 총출동한 미국, 멕시코을 꺾고 라이벌 일본 상대로 두 차례나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한국 야구의 위상이 올라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을 발판으로 야구 붐이 다시 일어났다. 2009년 2회 WBC 준우승까지 국제대회의 좋은 성적이 KBO리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800만 관중을 이어갈 프로야구 흥행,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의 위상 등을 걱정하기에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을 뽑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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