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해축] 하루 늦은 아스날 대 리버풀 감상평 (데이터)
씨데 작성일 10-11 조회 1,664
1. 공격수 4명을 가동한 리버풀
지난 시즌에도 클롭이 좋지않은 흐름에서나 좀 더 공세적인 경기를 원할 때 공격수 4명을 선발로 쓰는 일이 종종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게 4-4-2든 4-2-3-1이든... 리버풀에 좋은 공격수들이 많은 편이라 이러한 시도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이번 시즌도 4-3-3 위주로 경기에 나서다가 바로 직전 챔스 경기 레인저스전에서 4-2-3-1을 꺼내들고 괜찮은 성과를 거뒀는데 아스날을 상대로도 공격수 4명을 선발로 세우며 경기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드러난 아스날의 여러 모습들을 보니까 아르테타가 이것을 굉장히 의식하면서 경기 운영을 한거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구요. 여러 특징들이 결국 이 공격수 4명을 경계하기 위한 수단들 아니었나 싶은... 아쉽게도 전반 도중에 루이스 디아스가 부상으로 나가는 불운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리버풀 공격수들은 아스날 원정에서 2골이나 넣으면서 그 날카로움을 증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골 모두 비수로 단숨에 푹 찌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네요.
2. 아스날의 대비책?
지난 북런던 더비와 이번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찍힌 아스날 양쪽 풀백들의 히트맵. 확실히 동선이 철저하게 측면쪽으로 제한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쓰던 인버티드 풀백롤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리버풀의 양사이드 공격수였던 살라와 디아스 견제를 위해 전진도 자제하던 모습이 자주 보이더라구요. 벤 화이트나 토미야스가 센터백에 가까운 스타일의 선수들인데 이번 경기에서는 특별히 벤 화이트쪽으로 아주 전형적인 풀백의 움직임을 주문한건가 싶더라구요.
그리고 램스데일이 이번 경기에서 롱킥을 눈에 띄게 많이 찼는데 이게 리버풀 공격수 4명의 전방압박을 우회하고자 함이 아니었나 싶어요. 정확도가 엉망인 것은 램스데일이 초반에 부상당한 여파인가 싶긴한데... 여튼 볼을 잡을 떄나 골킥이나 이번 경기에서는 여러번 뻥뻥 찼네요. 그리고 이건 아래에서도 언급하겠지만 아스날의 이번 경기 공격 컨셉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러면서도 수비 라인을 내리지는 않더라구요. 고집인건지 이것도 노림수가 있던건지... 결국은 마갈량이스와 살리바가 큰 실수를 각각 한차례씩 저지르면서 대가를 치르긴 했습니다.
3. 공격 컨셉이 비슷했던 리버풀과 아스날
이번 경기 리버풀은 대놓고 수비 라인 뒷공간을 노리는 시도들이 잦았습니다. 수비 라인 뒤쪽으로 롱볼을 차넣고 라인을 깨부수려는 노력을 많이 하더라구요. 압박을 풀어 미드필드쪽으로 진출할 때도 수비 뒷공간으로 스루패스를 넣으면서 공격수들이 쇄도하는 모습들이 잦았습니다.
특히 다르윈 누네스가 이게 의욕적인건지 아니면 너무 미숙하게 당한건지는 모르겠는데 오프사이드에 걸리는 모습이 정말 잦았죠. 찾아보니까 5번이나 걸렸습니다. 그것도 경기 시간 50분이 되기 전에... 아스날이 수비 라인을 워낙 높게 잡아서 오프사이드 걸린 위치가 거진 센터서클 주변이네요.
아스날의 첫 실점은 그러한 리버풀의 시도가 유효하게 먹히면서 발생했습니다. 아놀드가 롱볼을 때려넣었는데 마갈량이스가 클리어링 미스를 범했고 디아스와 누녜스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죠.
그리고 이건 실점 이전 장면인데 역시나 스루패스로 수비 뒷공간 쪽을 노리는 모습입니다. 누녜스의 패스가 좀 더 정확했다면 디아스가 결정적인 슈팅 찬스를 잡을 수 있었을겁니다. 실점의 전조인 셈이었죠.
아스날도 컨셉 자체는 유사했습니다. 저는 의도적인건지 상황에 따른 것이었는지 잘 분간이 안가긴 했는데 아르테타가 아예 인터뷰에서 언급을 한 것 같더라구요. 리버풀을 상대로는 패스를 여러번 주고받으면서 찬스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빠른 전진과 공격을 주문했다. 이런 식의 이야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수비수 4명과 토마스 파티까지는 전진을 자제하던 것 같은데 전방 4명과 여차하면 자카까지는 찬스 시에 리버풀 골문 쪽으로 쇄도하는 장면들이 많이 보였죠. 리버풀이든 아스날이든 기회만 되면 달리면서 우당탕탕 기회를 만드려고 애쓰다보니 난타전에 가까운 느낌도 들고 경기 자체의 템포가 빨라져서 재미있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경기였습니다. 4골이 나오면서 동점이 되었는데도 여기서 멈출 것 같지않다는 이야기를 해설이 할 정도니...
4. 아쉬웠던 리버풀의 수비
MOTD에서는 리버풀의 2번째 실점에 대해 대단히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먼저 3 대 3 속공에서의 수비 상황. 수비수들이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고 침착하게 제 자리를 지켰더라면 골이 들어갈 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코멘트를 하더라구요.
그리고 같은 골 장면에서 리버풀 선수들의 수비 복귀에 대한 아쉬움도 지적이 되었습니다. 저도 라이브로 경기를 볼 때 티아고 복귀 속도가 너무 눈에 띄어서 골이 들어가는걸 제대로 못 볼 정도였거든요. 외데고르가 더 뒤쪽에서 출발했음에도 티아고를 비롯한 리버풀 3명보다 훨씬 박스에 먼저 도달했습니다. 충분히 그쪽으로 볼이 연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저 앞에 있는 누녜스도 열심히 뛰어오는데 쟤네들 뭐하냐? 요런 식의 코멘트가 나왔고 저도 여기에 굉장히 동감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과 많이 대비가 되더라구요. 코너킥 상황 때문에 대형이 좀 흐트러진 상황이긴 했는데 제주스가 섣불리 앞으로 튀어나오지 않고 왼쪽에 있던 리버풀 선수들을 끝까지 마크하다가 결국 박스 안까지 내려와서 볼을 클리어링 하는 장면입니다. 경기 보면서 제주스가 왜 갑자기 저기서 나와? 싶었네요. 저렇게까지 열심히 깊게 내려와서 수비할 의무까지는 없었거든요. 여러모로 제주스의 대한 아스날 팬들의 애정도가 높아질 장면이 아닐지.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공수전환이든 수공전환이든 한창 때의 리버풀은 이쪽 분야에서 전세계 최고의 속도를 자랑하던 팀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앞을 바라보면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방식과 속도는 아직도 날카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뒤로 뛰면서 수비로 복귀하는 모습에서 위와 같은 모습들이 연출되니 확실히 사이클이 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필드를 채우는 전환과 에너지에 있어서 아스날이 리버풀보다 앞선다는 느낌을 몇년 만에 받은건지 모르겠습니다.
5. 불운도 겹친 리버풀
부상으로 루이스 디아스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아웃되고, 아놀드 역시 부상으로 후반전에는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최근 공격진에서 가장 폼이 좋은 선수와, 폼이 안좋다지만 후방에서 공격 전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선수가 동시에 빠졌으니 리버풀 입장에서는 너무 치명적인 요소였습니다. 디아스는 월드컵 브레이크까지 못 나올거란 말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이 장면도... 공식적으로는 볼의 스피드와 수비수가 얼마나 근접한 상태였냐를 고려해서 판정을 내렸다고는 하는데, 경기마다 일관성이 매우 떨어지는 판정들이 나오는걸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당장 이번 라운드 경기들에서 이 경기를 제외하고도 핸드볼 파울 이슈로 시끄러운 장면이 한두개가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그것들끼리도 저건 저런데 이게 이렇다고? 식의 판정들이 많아서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저도 이제 규정이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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