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온더볼의 메시와 오프더볼의 호날두는 틀린 평가입니다.

원숭E        작성일 12-21        조회 791     

많은 사람들이 호날두의 온더볼이 지단 등의 선수에 비해선 뒤떨어진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전혀 아닙니다. 두 번의 무릎 부상과 유로에서의 마지막 부상 이후로 온더볼이 완전히 맛이 가버린 것뿐이지 전성기(08/09에서 13/14까지) 시절의 호날두는 온더볼 플레이어였습니다. 공이 발에 붙어 다니던 메시급은 물론 절대 아니었지만, 빠른 주력과 좋은 피지컬을 이용한 소위 말하는 뚫는 플레이도 자주 보여주었던 게 전성기의 호날두이고, 그 온더볼 플레이만으로도 역대급 반열에 충분히 들만합니다.

두 선수의 진정한 차이점은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가, 또는 그렇지 않는가입니다. 메시는 드리블과 득점력도 역대 최고이지만 플레이메이킹과 축구 지능이 사비는 물론이고 지단보다도 뛰어났었고 여전히 뛰어납니다. 물론 메시도 크루이프처럼 미친 듯이 뛰어다니며 수비까지 커버하는, 거의 박투박으로도 볼 수 있는 유형은 아니었고 오히려 극도로 활동량을 적게 가져가는 타입입니다만, 그 공격이라는 부분에 한해서만큼은 헤딩 정도를 빼면 사실상 모든 것을 완벽에 가깝게 성취할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지금이야 주력과 순간 가속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바람에(그바르디올을 뚫어낸 게 대단한 건 맞지만, 전성기의 메시였다면 그바르디올 이상의 선수 4명이 수비라인 잘 잡고 있어도 다 뚫어내며 심지어 마무리까지 자기가 했을 겁니다) 판단력과 패스 플레이에 의지하는 경향이 강해졌지만요.

어쨌든 이 글은 메시에 대한 글이 아니라 호날두에 대한 글입니다. 호날두는 자신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 그 기량에 어울리는 스쿼드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21세기의 포르투갈에는 두 번의 황금기가 있었죠. 피구와 2020년 이후. 근데 재미있게도 그 두 시기가 정확히 전성기 시절의 호날두 앞과 뒤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피구와 함께 뛸 때에는 아직 유망주에 불과했고, 지금의 황금기 스쿼드와 뛸 때에는 기량이 완전히 내려와 사실상 골게터에 가깝게 퇴화한 이후였습니다. 2010년, 2014년, 2018년 월드컵은 물론이고 포르투갈이 우승한 시즌의 유로마저도 스쿼드는 매우 처참했죠. 호날두는 그런 스쿼드를 가지고도 2014년에는 예선 통과조차 못할 뻔했던 위기를 혼자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올려보내기도 하는 등 충분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적어도 국대가 호날두의 약점이라고 지적될 수준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메시는 그런 스쿼드를 가지고도 팀을 준우승시키고 이번엔 결국 우승시켰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단 한 번도 호날두의 포르투갈보다 좋지 않은 스쿼드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2018과 2022를 제외한 매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수준이었고 이것이 정점에 달했던 게 2010년과 2014년이었죠. 근데 2010년은 자국의 전설이라는 감독의 무전술 전술로 인해 상위 토너먼트로 진출할 수가 없었고, 2014년엔 디마리아와 메시 빼고는 이름값 못해주던 공격진과 달리 월드컵 역사상 가장 뛰어난 토너먼트 수비력을 보여준 수비진과 메시 디 마리아의 고군분투 덕분에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그만큼 국가대표 활약이라는 건 국적 운을 지나치게 많이 탑니다. 저는 메시가 이번 월드컵을 우승했기 때문에 마라도나보다 우위에 있고 심지어 펠레마저 넘보고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메시가 이번 월드컵을 우승했건 하지 못했건 마라도나는 당연히 넘어섰고 펠레와도 비교되고 있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그랬어요. 이번 월드컵 이전에도 과반수의 전문지에서 메시를 마라도나보다 위에 놓고 있었는데, 이는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이 워낙 독보적이었던 탓입니다. 이상하게 한국에서만 펠레가 독보적 1위라는 소리가 많았던 것뿐인데 이건 아마 호날두의 팬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도 음바페가 저번 월드컵을 우승하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준우승했다는 이유만으로 역대 반열을 논하지 않잖습니까?

호날두는 재미있는 게, 자신의 기량이 정점을 찍었던 시절엔 정작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성기를 보낸 클럽의 존재로 인해 제대로 된 커리어를 가지지 못했는데, 막상 그 전성기 시절의 기량에서 많이 내려온 이후에 챔피언스 리그 3연패 등 말도 안 되는 커리어를 가지게 되었죠. 이건 국대 스쿼드도 마찬가지였고요. 저는 호날두가 그러한 커리어가 있기 때문에 역대 반열에 든다고 보지 않습니다. 호날두가 온더볼 플레이어였던 시절 보여준 기량이 역대 반열에 들 정도였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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