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수원이 우승했네요~~

고음타파        작성일 12-03        조회 5,494     

2008년의 우승처럼 눈발이 날리진 않았지만 오래토록 기억에 남을 반전의 우승드라마를 역사에 남겼다.




수원 삼성이 절망의 구덩이에서 다시 일어나며 기나긴 무관의 징크스를 탈출했다. 다 잡은 승리를 눈 앞에서 놓치는 듯 했던 수원은 승부차기 끝에 FC서울을 꺾으며 2016 KEB하나은행 FA컵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들의 마지막 트로피가 2010년 FA컵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격적인 정상으로의 귀환이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부진을 거듭했던 수원은 FA컵에서 반전의 푸른 날개를 펼치며 6년 만에 트로피를 들고 AFC 챔피언스리그로 다시 날아가게 됐다.




무관의 한을 씻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던 수원은 원정 2차전에서도 조나탄의 선제골로 엄청나게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1골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한 수비적인 선택은 거짓말같이 2실점을 불렀다. 황선홍 감독은 골을 위한 과감한 수를 뒀고 그것이 차례차례 골을 만들었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 터진 ‘조커’ 윤승원의 두번째 골은 모두를 소름 끼치게 했다. 권창훈, 이상호, 조나탄을 차례로 교체했던 서정원 감독으로선 엄청난 위기에 몰렸다.




승리를 위한 골을 넣을 옵션이 충분치 않았던 수원은 우승의 향방을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서울에겐 승부차기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골키퍼 유상훈이 있었다. 그러나 수원 선수들은 차분했다. 9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모두 성공시켰다. 서울도 승부차기를 충분히 준비한 듯 마찬가지로 9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실패하지 않았다. 열번째 승부차기에 나선 것은 골키퍼였다. 먼저 키커로 나선 서울 유상훈의 킥은 골대를 넘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뒤이어 등장한 수원 양형모의 킥을 골망을 흔들었다. 서정원 감독을 비롯한 수원 선수단 모두가 실로 오랜만에 챔피언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 경기를 요동치게 한 2개의 판정
서울의 황선홍 감독은 1차전에서 각각 경고 누적 징계와 사후 징계를 받은 데얀, 유현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초강공을 택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주영, 고요한을 선발 출전시켰다. 최전방에는 아드리아노, 박주영, 윤일록이 섰고 다카하기, 고요한이 뒤를 받쳤다.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1차전 승리의 기운과 경기력을 믿었다. 조나탄, 권창훈, 염기훈, 이상호 등 동일한 선발라인업으로 2차전에 나섰다.




원정팀 수원의 패턴은 1차전과 동일했다. 염기훈, 홍철의 날카로운 왼쪽 라인을 이용하고 이상호, 권창훈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간을 열어주며 조나탄이 거길 파고 들며 찬스를 노렸다. 조나탄은 전반 15분 김남춘을 순식간에 따돌리고 페널티박스 안으로 돌진해 첫 유효슈팅을 날렸지만 서울 골키퍼 유상훈에 막혔다. 주도권은 수원이 계속 쥐었다. 전반 29분 염기훈의 패스에 의한 권창훈의 슈팅, 2분 뒤 조나탄의 크로스를 이상호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들어가며 슈팅을 시도하는 등 빠르고 심플한 플레이로 서울을 흔들었다.











서울은 윤일록, 아드리아노, 박주영을 이용한 역습으로 선제골을 내려 했지만 수원의 빠른 수비 전환에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반 35분 상황이 돌변했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이정수가 박주영의 얼굴을 손으로 가격하며 경고를 받은 것. 이미 전반 20분 프리킥 상황에서 다카하기와 경합하던 중 경고를 받았던 이정수는 경고 2회로 퇴장을 당했다. 유리한 흐름을 만들던 수원이 갑자기 수적 열세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7분 뒤 서울도 같은 상황에 처했다. 전반 42분 다카하기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이종성에게 태클을 가하다 경고를 받았다. 다카하기 역시 이미 경고가 있던 상황이어서 경고 2장이 되며 퇴장을 당한 것. 서울에게 유리해지는 듯 했던 경기는 양팀에게 동일한 상황이 됐다. 10대10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 보상 판정 논란이 일었다. 이정수를 퇴장시키는 과정에서 경고를 받을 수준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이정수도 격렬히 항의했다. 다카하기의 퇴장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중계 화면으로 확인할 결과 다카하기의 태클은 이종성을 직접 가해하지 않았지만 경고가 나왔다. 김성호 주심의 판정 2개가 경기 흐름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서울은 전반 45분 김치우의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뒤로 흐르자 고요한이 강력한 오른발 다이렉트 슈팅을 때렸지만 양형모의 선방이 수원을 구했다. 이후 양팀의 경기는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이종성과 오스마르가 충돌하는 가운데 양팀 선수들이 모두 한데 엉켜 다투는 보기 안 좋은 장면도 나왔다.




■ 황선홍의 촉과 수원타임, 희비교차의 방정식
양팀은 선수 교체 없이 후반에 돌입했다. 서울은 전반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수원 수비를 파고 들었다. 아드리아노의 강력한 슈팅이 불을 뿜었지만 양형모가 날아서 막아냈다. 수원은 권창훈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조나탄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골대를 벗어났다.











결국 후반 10분 수원이 기다리던 선제골이 나왔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번에 전환하는 상황에서 장호익이 김치우와의 충돌을 피하지 않으면서 패스한 공이 흘렀다. 그것을 받은 이상호가 페널티박스까지 치고 들어가 땅볼 크로스를 하자 조나탄이 잡아서 그대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대각으로 날아간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1차전 결과로 인해 0-1로만 져도 원정골로 패할 수 있는 수원은 이 선제골로 2실점에도 지지 않는 여유를 갖게 됐다. 골이 선언된 뒤 박주영은 충돌 과정이 있었는데도 경기를 지속한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김치우는 그대로 구급차량에 실려 나갔다.




서울은 2골을 넣어도 연장을 각오해야 하고, 3골을 넣어야 뒤집는 상황이었다. 그 타이밍에 황선홍 감독의 과감한 판단이 빛났다. 부상을 입은 김치우를 빼고 주세종을 투입했다. 고요한을 풀백으로 전환하며 주세종을 2선에 배치했다. 흐름이 서서히 서울에게로 오기 시작했다. 후반 17분 아드리아노의 날카로운 발리 슈팅이 양형모를 바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말 아쉬운 건 1분 뒤였다. 박주영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수비를 돌아 들어가는 크로스를 배달했지만 아드리아노가 마무리하지 못했다.




후반 19분 황선홍 감독은 센터백 김남춘을 빼고 이석현까지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오스마르가 센터백으로 내려갔다. 반면 서정원 감독은 권창훈을 빼고 곽광선을 투입해 쓰리백을 복구시키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남은 25분 가량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의도였다. 서울은 주세종, 이석현의 투입으로 두텁게 올린 2선의 힘을 이용하며 수원을 압박해갔다. 포백 수비가 수원의 역습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득점에 집중하기 시작한 서울은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후반 24분 크로스바를 맞고 나온 주세종의 프리킥이 그 신호탄이었다.











결국 서울은 수원 수비가 흔들린 사이 추격 골을 넣었다. 수원의 측면이 빈 곳으로 박주영이 달려갔고 단독 찬스가 나왔다. 박주영은 아드리아노의 침투를 보고 크로스를 올렸다. 아드리아노는 이번만큼은 놓치지 않고 확실히 마무리했다. 이 골로 아드리아노는 시즌 35골(리그 17골, 챔피언스리그 13골, FA컵 5골)을 달성, 김도훈(현 울산 감독)이 보유하고 있던 한 시즌 최다골 기록(34골)을 넘어섰다.




서울이 추격해 오자 서정원 감독은 다급해졌다. 두번째 교체카드는 이상호 대신 조원희였다. 반면 황선홍 감독의 마지막 교체카드는 윤일록을 빼고 윤승원을 넣는 것이었다. 추가시간 5분이 선언되던 시점이었다. 수원은 전원 수비 모드에 돌입했고, 서정원 감독은 남은 교체 카드를 이용해 시간마저 끌며 1골 차를 지키려 했다. 서울은 센터백 곽태휘까지 전방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곽태휘의 적극성이 얻어 낸 코너킥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추가시간이 3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주영이 고요한으로부터 받아서 올린 크로스를 니어포스트에서 윤승원이 잘라 들어가며 헤딩 골로 마무리했다.











지난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황선홍 감독의 신뢰 속에 깜짝 데뷔전을 치른 프로 3년차 중고 신인 윤승원이 대형 사고를 치는 순간이었다. 황선홍 감독의 교체카드에 대한 촉은 잇달아 들어맞았다. 공격적인 변화가 꺼져가던 촛불을 되살린 것. 반면 올 시즌 내내 수원의 발목을 잡았던 이른 바 ‘수원 타임’은 이날도 어김 없었다. 후반 중반 이후의 부진과 서정원 감독의 수비적 교체는 묘한 희비교차를 만들었다.











■ 승부차기까지도 명승부… 서정원의 눈물
서울이 2-1로 앞서며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그때부터 불리해 보이는 쪽은 수원이었다. 공격의 축 중 염기훈을 제외한 조나탄, 권창훈, 이상호가 모두 빠진 상황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연장전에 주어진 교체카드로 산토스를 꺼내 들며 조동건-산토스 투톱으로 서울의 공세를 밀어내려 했다. 산토스가 공을 소유한 채 시간을 끌며 수원은 위기 상황을 피했다. 그 와중에도 조찬호의 돌파가 수원 수비를 흔들었다. 결국 전후반 15분씩, 30분의 연장 승부에서는 골이 나오지 않았다.




승부차기는 이날의 승부를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양팀 선수들의 정확한 킥과 강한 배포가 발휘됐다. 수원의 염기훈과 서울의 윤승원은 상대 골키퍼를 과감하게 속이고 중앙으로 차 넣고, 파넨카킥을 구사하며 일진일퇴의 승부를 펼쳤다. 1명씩의 퇴장으로 인해 9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모두 성공시킨 뒤에는 골키퍼들의 차례였다. 먼저 나선 쪽은 페널티킥의 명수인 서울의 유상훈이었다. 그러나 유상훈의 킥은 크로스바를 한창 날아갔다. 올 시즌 우라와 레즈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놀라운 승부차기 방어 실력을 보였던 유상훈이 일순간 승부차기 패배의 원흉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원은 역시 키커로 나선 골키퍼 양형모가 성공시키며 끝을 낼 수 있었다. 양형모는 유상훈과 달리 차분한 킥을 선택했고 공은 골대 안으로 날아가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2004년 치열한 승부차기 끝에 상대 골키퍼의 실패로 인해 K리그 우승에 성공했던 수원의 드라마가 다시 떠오르는 엔딩이었다.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 온 서정원 감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눈물을 쏟아냈다. 감독 부임 후 4년 동안 우승 도전에서 번번히 실패했고, 올 시즌은 리그에서 큰 고통을 받았던 그로선 환희와 인고의 시간이 모두 담긴 눈물 샤워였다. 눈 앞에서 사라지는 줄 알았던 우승이 극적으로 다시 돌아오며 그는 감독으로서 첫 메이저 트로피를 커리어에 새기게 됐다.




수원의 FA컵 우승으로 2016년 K리그는 K리그 클래식(FC서울), AFC 챔피언스리그(전북), FA컵(수원 삼성)을 리그의 리딩 클럽이 각각 분할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모든 공식 대회가 끝나며 2017년 K리그에 배정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의 주인공도 결정됐다. 서울, 전북, 수원이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직행하고 제주 유나이티드는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부터 참가한다. 수원은 FA컵 우승 상금 3억원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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